CFA 시험 준비 Tips (6)
CFA Institute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내용에 의하면, CFA 시험 응시자 4명 중 1명 정도는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아, 시험 자체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시자는 합격률(Pass rate)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총 응시자 수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계산된 합격률 평균은 약40% 내외이다. 여기서 우리는 요즘 CFA 응시자들이 전반적으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시험 등록부터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한 실제로 시험을 치는 응시자들의 상당수도 준비가 제대로 안된 상태일 것이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응시자들의 합격률은 이러한 평균치보다도 훨씬 낮은 20%~2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응시자들의 합격률은 왜 이렇게 낮은 것일까?
한국 응시생들의 합격률이 낮아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사실 합격률과 관련된 구체적 데이터를 충분히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밝혀낼 수는 없다. 단지 몇 가지 눈에 뜨이는 현상들을 토대로 유추해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합격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시험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한국 응시자들의 시험준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덜 되어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오랜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의 하나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자를 갖고 있는 나라이고,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문자인 한글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팔만대장경과 조선왕조실록이 보여주는 정교한 기록문화유산도 갖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전통에 걸맞게, 예나 지금이나 교육열도 매우 높아, 미국에서 개발된 현대 경영학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대학에서 가르친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러니까 CFA 시험 합격률은 전세계 평균보다 높아야 되는 나라이다, 낮아야 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
우리말로 준비하면 편하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은 시험장에서 모두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처럼 든든한 문화적 전통이 CFA 시험 같은 국제자격증시험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미국 경영학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나라이다 보니, 지금은 거의 모든 경영학 분야에서 우리말 서적이 보급되어 있고, 대학에서 대부분 우리말 서적을 이용해서 경영학을 가르치기 때문에, 굳이 영어로 된 원서를 이용해서 배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일단 우리말 교재만을 이용해 Finance를 배우고 나면, Finance 분야의 개념과 이론을 명확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영어 교재에 새롭게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번역이라는 것이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과정이 매우 졸속으로, 무성의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Finance에서 많이 쓰이는 몇가지 용어를 예로 들어 보자. “Capital Asset Pricing Model”은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으로, “Capital Budgeting”은 “자본예산”으로, “Behavioral Finance”는 “행동재무학”으로 번역되어 있다. 사실 딱히 틀렸다 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은 아니다.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은 “(장기)자산 가격결정 모델”로, “자본예산”은 “자본 투자의 최적화”로, “행동재무론”은 “재무행태론” 정도로 번역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단어 대 단어로 기계적인 번역을 해놓다 보니, 우리말이기는 하지만, 내용을 파악하기가 오히려 영어보다 더 어려운 경우가 자주 생긴다.
몇가지 예를 든 것에 불과하지만, 거의 모든 용어와 개념이 이같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말로만 Finance를 배우다 보면, 이해의 정확성도 효율성도 떨어지고, 이로 인해 배우는 재미도 떨어지게 된다. 물론 CFA 시험 같은 것을 보거나 금융전문가로 활동할 것이 아니고, 단지 상식을 넓혀두기 위한 목적 정도라면, 우리말로 대충 쉽게 배우는 것이 투입비용 대비 효과면에서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CFA 시험을 보거나 금융전문가가 되기 위한 것이라면, 영어 원서로 배워두는 것이 좋다. 영어 원서로 공부해서 명확하게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비로서 아름다운 우리말로 쉽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CFA 강의는 모두 우리말로 이루어지고 있고, 수강생들의 편의(?)를 위해 우리말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말로 강의를 하다 보면, 우리말 속에 영어를 자주 섞어 쓰는 것이 불편해서, 자연스럽게 우리말 용어를 사용하게 되곤 한다. 그러나 CFA 시험은 영어로 쳐야 하기 때문에, 공부할 때의 이러한 편리함은 시험장에서 모두 불리함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CFA 시험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아시아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에 익숙하다.
그러면, 영어가 아닌 자국어로 CFA 시험공부를 하는 응시자 비율이 우리나라의 경우 유난히 높은 것인가? 물론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의 중상류층은 우리보다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 인도가 대표적인 예이며, 홍콩, 싱가포르 모두 영어권이고, 중국 대도시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중국학생들도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CFA 시험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소득수준에 있는 아시아 학생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영어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CFA 시험을 볼 수 있을 정도라면 대부분 자의반 타의반 상당히 국제화가 되어 있고 영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우리나라 CFA 응시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다. 북미,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지의 학생들도 대부분 영어에 익숙하니까,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CFA 응시자들은 한국과 일본 정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CFA 시험은 영어로 보며, 교재도 영어로 되어 있고, 시험 진행 관련 모든 사항 또한 영어로 공지하는 국제화 된 자격증 시험이다, 영어로 이해하고 영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시험인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영어로 강의를 듣고, 영어로 질문하면서 CFA 시험준비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당연히 영어에 익숙해지기도 그만큼 어렵다. 모든 것이 영어로 이루어지는 시험에서는, 시험준비를 영어로 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나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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